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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참판공(희진)신도비명
贈參判公(希津)神道碑銘
국가에 있어 임금을 잘 섬기는 것이 충이요, 가정에 있어 어버이를 잘 섬기는 것이 효이다. 국가에 있어 충과 가정에 있어 효는 이름은 비록 다르지만 충신이 임금을 섬김에 그 국가가 있는 것만 알 뿐 가정이 있는 것은 모르며, 효자가 부모를 섬김에 또한 그 부모가 있는 것만 알 뿐 자신이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이니, 이는 중국(中國)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晉)나라의 충신이었던 난공자(欒共子)의 한마음으로 섬기고 의가 있는 곳에 죽음에 이를 뿐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내가 감히 충효의 일리를 말하건대 임금 섬기는 충은 바로 부모 섬기는 효를 임금 섬기는데 옮겨 나타난 것이요, 부모 섬기는 효는 바로 임금 섬기는 충을 부모 섬기는데 옮겨 나타난 것으로써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충신 아닌 효자가 없고 또한 효자 아닌 충신이 없다. 이에 감히 옛사람이 이른 바, 충신을 효자의 가문에서 구한다는 말을 본받아 이르되 효자를 충신의 가문에서 구한다 하겠으니, 이에 목릉(穆陵)(선조(宣祖)) 때의 충신 류공(柳公)의 순절한 일을 보고 더욱 그 효가 가히 충을 겸하고 충이 가히 효를 겸하는 것을 믿게 되었다. 아아! 충의 큼과 효의 넓음이여! 문화류씨(文化柳氏)는 우리나라의 대성(大姓)이다. 바둑처럼 펼쳐지고 별처럼 널려져 어느 지역인들 살지 않는 곳이 없는데 더욱이 경기도(京畿道)의 항양(恒陽)(양평(楊平)) 고을은 류씨(柳氏)의 중세(中世) 명조(名祖)인 하정(夏亭) 문간공(文簡公)의 만세 묘향으로 그 묘하에 사는 후손들이 대체로 아버지는 문을 하고 아들은 무를 하며 형은 시를 하고 아우는 예를 하여 늠연히 한 지역의 대가의 반렬에 든다. 어느 날 후손 여러 분이 나에게 오셔서 말하기를 「선조께서 순국하신 큰 절의가 후손들이 숨은 것을 밝히는데 성의가 없고 묻힌 것을 드러내는데 말이 없음으로 인하여 수백년동안 밝히고 드러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어느 겨를에 묘하에 세우는 신도비(神道碑)가 서는 것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이에 오로지 이를 위하여 왔습니다.」하는데 그 모습의 결연함과 뜻의 결단성이 허락을 얻지 못하면 그만 두지 않을 기색이었다. 스스로 돌아보건대 동휘(東暉)는 일찌기 신병으로 심히 지쳐 가을이 못 되어 먼저 쇠락한 갯버들보다 심한 바, 이런 연약한 몸으로 어찌 그 같은 중대한 책임을 감당하겠는가만 특히 그 글을 청하는데 예가 있음에 감동하여 이에 간신히 몸을 일으켜 서술하는 바이다. 공의 휘는 희진(希津)이고 자(字)와 호(號)는 전하지 않는다. 관향(貫鄕)은 해서(海西)(황해도(黃海道))의 문화(文化) 고을이고, 고려(高麗) 때 대승(大丞) 휘 차달(車達)은 족보에 처음 오른 시조로서 훌륭한 가문을 연 분이며, 그의 아들은 휘 효금(孝金)으로 좌윤(左尹)인데 음덕을 후손에 끼쳐 가문의 서업이 크게 빛났다. 5대를 전하여 휘 공권(公權)은 정당문학(政堂文學)으로 시호 문간(文簡)이며, 문간공(文簡公)의 아들은 휘 언침(彦沉)이니 예부상서(禮部尙書)이며, 상서(尙書)의 아들은 휘 순(淳)이니 한림학사(翰林學士)이며, 학사의 아들은 휘 성비(成庇)니 문산군(文山君)으로 시호 충성이며, 문산군(文山君)의 아들은 휘 식(湜)이니 첨의평리(僉議評理)이며, 평리(評理)의 아들은 휘 안택(安澤)이니 판관(判官)이며, 판관의 아들은 바로 세상에서 일컫는 하정상공(夏亭相公)으로 휘는 관(寬)이니 업적이 팔개(八愷), 즉 중국 고대에 재덕이 뛰어난 고양씨(高陽氏)의 여덟 재자에 내리지 않는 분으로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상공(相公)의 아들 휘 계문(季聞)은 형조판서(刑曹判書)로 시호 안숙(安肅)이니 바로 공의 고조(高祖)이며, 안숙공(安肅公)의 아들 휘 권(睠)은 병조참판(兵曹參判)이니 바로 공의 증조(曾祖)이며, 참판(參判)의 아들 휘 종손은 사복사정(司僕寺正)으로 증좌찬성(贈左贊成)이니 바로 공의 왕부(王父)(조(祖))이며, 사정(寺正)의 아들 휘 오(塢)는 첨정(僉正)이니 바로 공의 부친이다. 이 분이 안동(安東) 권(權) 숙(淑)의 따님에게 장가들어 2남을 낳았는데 맏이가 바로 공이다. 중종(中宗) 1539 기해(己亥) 3월15일에 양근(楊根)의 가소촌(可巢村) 자택에서 태어났는데 효제의 가르침을 가정에서 익히고 시례의 가르침을 훌륭한 스승에게서 배움으로, 좌우에서 선조의 유업을 크게 천양할 희망을 갖게 되었다. 장성함에 이르러 문음으로 벼슬길에 올라 함흥판관(咸興判官)에 이르렀다. 1592 임진(壬辰) 4월에 도이(島夷)(왜적(倭賊)), 곧 섬의 오랑캐들이 걷잡을 수 없이 일어나 우리 강토를 침입한 지 몇 달이 못되어 우리 선조(宣祖) 임금께서 난리를 피하여 도성을 떠나고 팔도가 기와 깨지듯 무너지기에 이르렀다. 공의 마음은 나라 지킴에 있고 뜻은 백성 보호에 간절하였으나 알이 태산에 눌리듯 형세를 보전하지 못하고 마침내 적에게 붙잡혀 아침 저녁으로 위협과 회유로써 치욕을 겪지 않음이 없고 고초를 당하지 않음이 없었다. 그러나 공은 한낱 큰 나무처럼 당당하고 늠름하여 하루살이의 흔듦에 동요하지 않았으나 마침내 왜적의 옥을 탈출하지 못하고 살해당하셨으니 실로 임진(壬辰) 6월21일이었다. 묘소는 지금 양평읍(楊平邑) 회현리(會賢里) 가소(可巢) 선영하(先塋下)에 모셔 있다. 아아!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지듯 공의 충의를 위한 죽음은 가히 이르되 백세에 빛이 있으리라! 광해군(光海君) 1614 갑인(甲寅)에 류서경(柳西坰) 근(根)이 공의 사적을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 속편(續篇)에 실어 기록하고 도안(圖案)하여 묻힌 것을 드러내는 자료를 삼았는데 그에 이르되 「판관(判官) 류공희진(柳公希津)은 경도인(京都人)인데 함흥판관(咸興判官)으로 있을 때에 임진왜란(壬辰倭亂)을 당하여 죽기를 맹서하고 경내를 떠나지 않더니 왜적에게 포로가 되어 몇 달 동안 결박되어 갖은 위협을 당하였으나 끝내 굴복하지 않고 적에게 죽음을 당하였다.」 운운하였다. 돌아보건대 류서경(柳西坰)의 글이 글자는 수십자(數十字)에 지나지 않으나 자자마다 실기(實記)요, 구구마다 진경(眞境)으로서 칭찬함에도 아첨하는데 이르지 않고 기록함에도 남발을 범하지 않아 수백년 뒤에 글을 보는 이로 하여금 완연히 당일의 실제 상황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것 같게 하였으니 가히 세상을 징계하고 사람을 권장하는데 도움이 있다 이르겠도다. 마땅히 장릉(長陵)(인조(仁祖))께서 정려의 명이 있어 그 정려가 가소 옛 마을에 있는데 그에 쓰여 있기를『충신 증가선대부(贈嘉善大夫) 병조참판(兵曹參判) 겸동지의금부사(兼同知義禁府事) 오위도총부부총관(五衛都摠府副摠管) 행통훈대부(行通訓大夫) 함흥판관(咸興判官) 류희진지려(柳希津之閭)』라 하였다. 위대하도다! 인조의 충을 포상하는 모책과 의를 장려하는 법전이 마땅히 백세에 뛰어남이 있도다. 배위는 순천박씨(順天朴氏)로 참봉(參奉) 세웅(世雄)의 따님인데 이남일녀를 길러 장남 비(斐)는 평안병사(平安兵使)이고, 차남 민(旻)은 풍천부사(豐川府使)인데 자녀를 기르지 못하였으며, 따님은 이경신(李慶新)에게 출가하였다. 손남(孫男)에 맏이 정설(廷卨)은 청양현감(靑陽縣監)이요, 다음 정익(廷益)은 통제사(統制使)인데 출계하여 진사(進士) 증형조참판(贈刑曹參判) 극신(克新)의 아들이 되고, 다음 정직(廷稷)은 상호군(上護軍)이요, 다음은 정필(廷弼)이요, 다음은 정남(廷南)이요, 다음은 정립(廷岦)이며, 손녀에 맏이는 이(李) 임(稔)에게 출가하고 다음은 부사(府使) 황(黃) 연(埏)에게 출가하였으니 모두 병사(兵使)의 소생이다. 증손과 현손 이하는 번창하여 항양(恒陽)(양평(楊平))의 정족(鼎族)(대가(大家)) 가운데 일족이 되어 충신 효자가 많이 배출되었다고 이른다. 드디어 명사(銘辭)를 지어 이르노니,
참혹하도다! 임진왜란(壬辰倭亂)이여!
우리나라의 액운이었던 바,
난리를 꾸민 자 누구인가? 완악(頑惡)한 저 섬 도적들이었도다.
사나운 기운이 뭉친 바로 하늘이 버린 물건이었거니,
뱃속에 오직 독기가 가득 차 효경만 같지 못했도다.
오직 공의 임지(任地)는 멀리 함경도(咸鏡道)에 있었던 바,
하물며 함흥(咸興) 고을은 태조(太祖)께서 태어난 성역(聖域)이었도다.
낮은 관직에 큰 임무로 적의 침입을 허락하지 않았거니,
지혜와 계책을 다하여 직분의 실천에 급했도다.
일을 이루기 전에 도리어 저들에게 불잡혔거니,
회유하고 협박하는 그 치욕은 차마 말할 수 없었도다.
이는 공의 효심을 옮긴 빛나는 충의의 업적이거니,
와전의 삶을 어찌 구하랴? 옥쇄의 죽음을 택했도나.
군과 부는 이름은 둘이지만 충과 효의 이치는 한가지인 바,
인조(仁祖)께서 충성을 표창하고 서경(西坰)은 사적을 도안하였도다.
세상의 공의가 이미 정해졌는데 사행을 비에 새기지 못했거니,
우주를 두루 살펴본들 머금은 통한이 어찌 끝이 있으랴?
이에 문중의 힘을 기울여 높다란 비석을 세웠거니,
충효의 훌륭한 업적 대대로 천세 만세 전하리라.
병술삼월
월성정동휘근찬
咸興判官贈兵曹參判柳公希津神道碑銘
在國而善於事君曰忠在家而善於事親曰孝在國在家名雖不同而方忠臣之事君也知其有國而不知有家方孝子之事親也亦知其有親而不知有身者寔欒共子所在致死之義也故余敢言忠孝之一理曰事君之忠乃孝之移於事君也事親之孝乃忠之移於事親而自古迄今未有匪忠臣之孝子亦未有匪孝子之忠臣兹敢效古人求忠臣於孝子之門之語而曰求孝子於忠臣之門此觀於穆陵忠臣柳公殉節之事益可信其孝可兼忠忠可兼孝也噫忠之大而孝之廣也文化柳氏國之大姓碁布星羅無域無之尤至圻之恒陽寔氏之中世名祖夏亭文簡公萬世墓鄕子姓之環居墓下者昭文而穆武昆詩而季禮凜然爲一域之大家數也日後孫諸甫來余言先祖殉國大節因后昆之誠乏闡幽言缺發潛以歸累百年無闡無發之地奚暇念及南道之碑之樹耶兹專爲此而來其貌之決然意之斷然將不得諾不已自顧暉也早爲二豎所困未秋先衰甚於浦柳以此㱡㱡何可堪其重任也而特感其乞文之有禮乃黽俛以敍之公諱希津字若號不傳貫海西之文化縣高麗大丞諱車達以始譜之祖闢閥閱之門生諱孝金左尹有陰德裕後家緒大耀五傳諱公權政堂文學諡文簡生諱彦沉禮部尙書生諱淳翰林學士生諱成庇文山君諡忠成生諱湜僉議評理生諱安澤判官生卽世所稱夏亭相公諱寬業不下八愷諡文簡生諱季聞刑判諡安肅是爲公高祖生諱睠兵曹參判是爲公曾祖生諱終孫司僕寺正贈左贊成是爲公王父生諱塢僉正是爲公父是聘安東權淑女生二男長卽公也以中宗己亥三月十五日生于楊根之可巢村第而孝悌之敎擩染於鯉庭詩禮之訓有承於伯强左右有丕闡祖業之望及壯由蔭至咸興判官壬辰四月島夷猖獗噬我鰈域不累月底於穆陵去邠八域瓦裂公心存守邦志切保民而泰山壓卵勢不可全終爲渠執朝脅暮誘無辱不經無苦不喫而公乃一箇大樹也堂堂凜凜無擾於蜉蝣之撼然而竟不脫燕獄而被害實壬辰六月廿一日也墓今在楊平邑會賢里可巢先塋下噫公之玉碎可謂有光於百世者也光海君甲寅柳西坰根載公事蹟于三綱行實圖續篇而記焉圖焉以爲闡發幽潛之資曰判官柳公希津京都人及爲咸興判官也壬辰倭亂誓死不離境內爲倭所擄結縳數月威脅萬端終不屈被害云云顧此坰文字不過數十而字字實記句句眞境贊而不及於諛記而不犯於濫使數百載下觀者完然如見當日實況於目下可謂有助於懲世勸人也宜乎有長陵旌閭之命旌在可巢舊閭而有題曰忠臣贈嘉善大夫兵曹參判兼同知義禁府事五衛都摠府副摠管行通訓大夫咸興判官柳希津之閭大哉長陵褒忠之謨獎義之典宜有卓越百世者也配順天朴氏父參奉世雄育二男一女男長斐平安兵使次旻豐川府使無育女適李慶新孫男長廷卨靑陽縣監次廷益統制使出爲進士贈刑參克新之嗣次廷稷上護軍次廷弼次廷南次廷岦孫女長適李稔次適府使黃埏兵使出曾玄以下旣蕃且昌爲恒陽鼎族之一而忠臣孝子多出云遂爲銘曰 慘矣壬燹吾東百六啓釁者誰頑彼島賊戾氣所鍾天之棄物滿腹惟毒梟獍不若惟公任地在於關北且況咸興龍興聖域官細任碩不許賊入竭智殫謨踐職是急事未及成反爲渠執且誘且脅辱不忍說乃移孝心賁然忠業瓦全曷求玉碎是擇君父名二忠孝理一長陵旌忠西翁圖跡世議已定德未顯刻俯仰宇宙茹恨曷極今傾門力貞珉屹屹忠孝之業世可千億
丙戌三月
月城鄭東暉謹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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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화류씨세보 무자보(2008년)]
(편집 및 정리 : 류영렬, 20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