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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복고 비신씨소
請復故 妃愼氏疏
부복(俯伏)하여 아뢰나이다. 제왕(帝王)이 천명을 이어받아 나라를 세우는 도리가 시초를 바로 잡음으로 근본을 삼지 아니함이 없나니 이 때문에 본원을 이룩하고 시초를 정함이 정당한데서 나오면 대강(大綱)과 대원(大源)이 정연히 질서있어 광명함이 위에서 동탕(動盪)하여 만사(萬事) 만화(萬化)에까지 시달됨이 영(影)이 형(形)을 수(隨)하고 향(響)이 성(聲)에 응함과 같어 간데마다 정의에 귀일하지 아니함이 없습니다. 이러지 않고 교화의 이룩함을 구하면 비유하건데 그 원(源)을 탁(濁)하게 하고 그 유(流)의 청(淸)함을 바람과 같으니 또한 어렵지 아니하리까? 주역에 이르되 천지가 있는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는 연후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는 연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는 연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는 연후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는 연후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는 연후에 예와 의가 베풀어진다 했고, 시전(詩傳)의 대서(大序)에 이르되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은 시초를 바르게 하는 도요, 왕화(王化)의 기초라 하니 대개 주역(周易)에 건곤(乾坤)을 머리하고 시전(詩傳)에 관휴(關睢)를 비롯하여 배필을 지음은 인륜의 시초요, 만물의 근원이며 강기(綱紀)의 수두(首頭)요, 왕도의 으뜸이라 노(魯) 애공(哀公)이 공자(孔子)에게 묻기를 면하고 친히 영함이 너무 중하지 않은가하니 공자께서 초연히 낯빛을 고쳐 대답하기를 두 성(姓)의 좋음을 합함은 선성(先聖)의 뒤를 이어서 천지와 종묘(宗廟)와 사직의 주인을 삼고저 함이니 어찌 너무 중하다 하리까? 하였고, 제(齊) 환공(桓公)이 규구(葵邱)의 모음에 처음으로 명하여 이르기를 첩(妾)으로 처(妻)를 삼음이 없어야 한다 하였으니 대개 성인이 초연히 낯빛을 고침은 어찌 애공(哀公)이 천지와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의 주인을 홀만(忽慢)히 여기어 그 예를 멸렬 함으로 한심히 여김이 아닌가? 환공(桓公)은 한 패자(霸者)로되 능히 배필의 중함을 알아 그 분수를 거역코저 아니함이니 이것이 다 진실로 본원을 이룩하고 시초를 정하는 도리이니 왕자의 가히 삼가하지 아니할 수 없는 바라 옛날 주(周)나라의 창시함에 태왕(太王)과 왕계(王季)와 문왕(文王)이다. 성덕이 있어 능히 제가의 도를 높이여 예법을 문란히 아니하고 대대로 현비를 얻어서 인륜의 근본을 바로잡고 왕화(王化)의 근원을 숙명하게 한 때문에 주(周)나라 사람의 시에 이르되 고공단부(古公亶父)여 어느날 아침에 말을 몰아 달리어 서쪽 물갓을 따라내려 기산(岐山) 밑에 이르니 이에 강녀(姜女)와 함께 와서 살림짐을 살펴 보았도다 하였으니 태왕(太王)이 적인(狄人)의 난(難)을 당하여 황황(遑遑) 급급(急急)하여도 은정을 돈독히 하여서 왕업의 기초를 닦음을 말함이요, 또 시에 이르기를 장경한 태임(太任)이여 문왕(文王)의 어머님이오, 인자(仁慈)한 주강(周姜)이여 경실(京室)의 아내로서 도리를 다 하였으니 왕계가 이같은 덕이 있는 배필을 두어 능히 자부된 도리를 주강에게 극진히 하여 주나라의 부인 되는 예절을 잃지 않아서 경사된 근원을 자손에게 물려줌을 말함이요. 또 시에 이르되 점을 쳐서 상서로운 날을 정하여 위수가에 친히 나아가 마지 할 때에 배를 엮어 교량을 만드니 예식이 찬란하여 빛나지 않은가? 하였고, 또 시에 이르되 문왕께서 조상의 뜻을 받아 백성에 혜택을 베푸시니 신령들이 때로 원한도 없고 때로 불평도 없도다. 과인이 처(妻)에 모범을 보이고 또 형제에 까지 이르러서 국가를 다스렸다 함은 문왕이 혼례를 융중히 하시고 요조(窈窕)의 후비(后妃)를 얻으시여 종묘(宗廟)와 사직과 천신과 지기의 주인을 삼아 위로 성스러운 태임(太任)의 아름다움을 계승하고 아래로 규문에 의법을 세워서 방국(邦國)에 까지 빛이 흐름을 말함이다. 주나라의 시초를 단정히 한바가 결백하여 하비가 없고 온후하여 이박함이 없음이 이같기 때문에 그 왕화(王化)가 상제(床第)의 사이에 비롯하여 양양히 조정에 유동되여 패연이 사방에 뻗쳐 힘입음이 천지의 화가 음양에서 근본하여 성신을 탁약하고 한서(寒暑) 유행함에 산천 조수(鳥獸) 초목이 조화함과 같으니 이때를 당하여 부(夫)는 부(夫)의 도리를 하고 부(婦)와 부(父)와 자(子)와 군(君)과 신(臣)이 각각 그 도리를 다하여 척촌(尺寸)의 사(邪)와 호발(毫髮)의 누(累)가 그 사이에 간여함이 없어야 천지가 안정하고 만물이 양육함에 이르러 추우(騶虞)와 인지(麟趾)의 아름다운 상서(祥瑞)가 다 조응(照應)하여 면면히 팔백년을 지내오니 어디든지 관저(關雎)와 작소(鵲巢)의 교화가 아님이 없었고, 그 쇠함에 이르러는 내교(內敎)가 붕이(崩弛)하여 대고(大故)없이 정후(正后)를 폐척한 자가 있어 마침내 융적의 화를 부르고 첩(妾)을 올려 정적을 삼아 예분을 문란히 한 자(者)가 있어 마침내 쟁탈의 변란을 불렀나이다. 그 밖에 당(唐) 고종(高宗)이 왕황후(王皇后)를 폐하므로 마침내 종사(宗祀)가 복멸되고 자손이 초절됨을 보았고, 송철종(宋哲宗)이 맹황후(孟皇后)를 폐하므로 본원이 전착(顚錯)되고 음사(陰邪)가 얼자(孽子)를 양(釀)하여 정강(靖康)의 사변을 불렀거든 하물며 첩(妾)으로 부인을 만들어 그 상례를 모독하고 멸렬한자 있으면 그 화가 어찌 적으리오? 위(魏) 문제가 장차 곽귀빈(郭貴嬪)을 세워 황후(皇后)를 삼으려다가 중랑(中郞) 교잠(校潛)이 간쟁(諫爭)하고, 당(唐) 명황(明皇)이 장차 무혜비(武惠妃)를 세워 황후(皇后)를 삼으려다가 어사(御史) 반호례(潘好禮)가 간쟁(諫爭)하였읍니다. 대개 고래(古來)로 치란(治亂)과 흥망(興亡)의 자취를 요연히 징험함이 이 같으니 진실로 제왕(帝王)의 배필을 존중(尊重)히 하고 풍화의 근본을 단정히 하고저 함이니 그 가히 함부로 하오리까? 신 등이 복견(伏見)하오니 고왕비(故王妃) 신씨(愼氏)가 피척(被斥)되어 밖에 있은지 이제 거의 10년이 된지라, 신 등이 그 처음의 연유는 미상하오나 무슨 대고(大故)가 있는지 알지 못하거니와 무슨 큰 명분을 들어서 이 비상한 놀라운 일을 하였읍니까? 대체 왕자(王者)는 대통을 계승하고 서업을 받을 적에 먼저 부부의 도를 바로 잡아야 천지에 짝하여 안으로 부교를 다스리고 밖으로 양덕을 다스려 종묘신기(宗廟神祇)에 주인이 되나니 배필의 지음이 그 중대함이 이같은지라 진실로 어버이에게 불순하고 종묘사직(宗廟社稷)에 획죄(獲罪)함이 아니면 비록, 미세한 과오가 있을지라도 결코 은정(恩情)을 할절(割絶)한 의가 없거든 하물며 무명(無名) 무고(無故)한데 폐척 하였으니 그 무엇으로 종조(宗祧)를 이어 천심을 향하오리까 옛적에 한(漢) 광무제(光武帝)는 원대하므로 곽후(郭后)를 폐하였고, 송(宋) 인종(仁宗)은 질투하므로 또한 곽후(郭后)를 폐하였으나 당시와 후세에도 오히려 기롱(譏弄)하기를 마지 아니하여 명군(明君)의 큰 허물이 되였거든 이제 신씨는 가히 폐할만한 연고 있음을 듣지 못하였는데 전하의 폐하심은 과연 무슨 명목입니까? 정국(靖國)의 처음을 당하여 박원종(朴元宗)과 류순정(柳順汀)과 성희안(成希顔) 등이 이미 신수근(愼守勤)을 죽였은즉 비(妃)는 바로 그의 소생이라 그 아비를 죽이고 그 조정에 있다면 후일에 환(患)이 있을가 우려하여 왜곡히 자신을 보전할 사심을 위하여 폐출할 음모를 무롱(舞弄)하여 냄이니 이는 진실로 대고(大故)도 없고 명목도 없음이라 신씨(愼氏)는 전하(殿下)가 잠저(潛邸)에 계실 처음 해로부터 아름다이 길함을 맞추고 정숙히 날을 가려서 좋은 짝을 이루고 의례를 갖추어서 자전을 뵈와 고부의 의가 이미 정하였고, 전하께서 대통을 입승하심에 이르러 정히 중전(中殿)에 위하여 신민(臣民)의 하례를 받고 묘사(廟社)의 주(主)에 응하사 전하에게는 유적의 존함이 이미 서있고, 조종신기(祖宗神祇)에게는 빈조(蘋藻)의 받들음이 이미 바람직함이 있고, 국인에게는 모후의 분수가 이미 밝았고, 자전에게 위오(違忤)의 견책이 없고, 제댁(第宅)에서도 가히 버릴만한 허물이 없어 신인이 모두 불평하고 원대할 죄가 없는데 전하께서 강신(强臣)에게 억제함을 받아 능히 항려의 중대함을 보전치 못하였으니 어찌 통심되지 않으리까? 고어에 이르되 빈천의 사귐은 가히 잊지 못하며 조강(糟糠)의 아내는 당(堂)에 내리지 않는다 하였으니 신씨(愼氏)가 대저에서 주장을 갖추고 쇄소(灑掃)를 봉공(奉供)함이 벌써 몇년이 되었으니 사생과 계활(契濶)에 의가 서로 부합되었으며, 혼조(昏朝)의 풍우에도 고락을 같이 하였거늘 일조에 귀(貴)는 왕위에 오르고 부는 천승을 두었은즉 버리기를 헌신짝 처럼하여 마침내 존숭(尊崇)과 비천이 경계를 달리하니 운천의 위에 오르다가 구연의 아래로 떨어짐과 같나이다. 지존의 배필과 금슬(琴瑟)의 사랑으로 옥전(玉殿)을 떠나고 여염(閭閻)에 내려 섞이여 기상이 소삭(蕭索)하여 듣는 자(者) 마다 눈물을 떨어뜨리고 지내는 자 마다 탄식을 마지 않으니 그 태왕(太王)이 적난(狄難)을 당하여 황황(遑遑)하여도 은의(恩義)를 돈독히 하여 어기지 않는 것으로 더불어 다릅니다. 예에 이르기를 아들이 심히 그 아내를 마땅히 여겨도 부모가 기뻐하지 않으면 버리고, 아들이 그 아내를 마땅히 여기지 않더라도 부모가 이르되 나를 잘 섬긴다면 아들은 부부의 예를 행하여 몸이 몰(沒)토록 쇠(衰)하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이로 보건데 폐출의 의는 한결같이 부모의 명을 들음이 명백하거늘 이제 자전의 명이 나지 안했는데 경홀히 경실(京室)의 부(婦)를 대체하였으니 그 왕계(王季)로 더불어 다르나이다. 역(易)에 이르되 부부의 도는 가히 오래 지내지 아니치 못한다 하였고, 전에 이르되 부부는 종신(終身)토록 변(變)치않는다 하였으니 그 오래하고 변치 아니한다는 것은 근윤(卺酳)의 예를 지켜 만세의 비롯을 중히 여겨 감히 바꾸지 못한것 이어늘, 이제 처음 점을 쳐서 택정(擇定)한 배필을 생각지 않고, 보불(黼黻)과 빈조(蘋藻)의 주인을 회고(回顧)치 않고, 파기하기를 흙덩이 같이 하여 내법을 떨어뜨리니 그 문왕(文王)으로 더부러 다르나이다. 대개 치국 평천하의 도는 가정에 근본함이니 한번 가정을 바로하면 천하가 정함이라, 예로부터 난망(亂亡)의 작(作)함이 가법이 바르지 못한데서 원인되지 않음이 없은지라, 우리 조정의 가법은 가히 한결같이 정(正)에서 나왔다 이를수 없음니다. 태조(太祖)는 왕업을 창작하고 모범을 드리워 주신 성인으로도 폐총(嬖寵)에 미혹(迷惑)하여 적서(嫡庶)의 분수(分數)를 문란코저 하시였고, 선릉(宣陵)(성종(成宗))에 이르러 암위(黯危)한 연고로 이전의 폐궤(弊軌)를 뒤이어 행하시니 입본(立本)이 한번 어겨짐에 그 유파(流波)가 연산군(燕山君)에 이르러 드디어 방탕하야 강상이 빠지고 끓어져 종묘와 사직이 거의 빈터 뿐이니 그 화가 참혹함이라, 전하는 대횡(大橫)의 길를 얻어 여조(輿兆)의 촉망을 순히 하여 얼올(臲卼)을 헤치고 탄이(坦夷)에 돌아오며 황매함을 깎고 청욱(淸郁)에 오르니 이는 정히 삼령(三靈)이 눈을 씻고 그 처음을 고치는 날이 다다르기를 크게 바라고 있아오니 마땅히 일가의 본(本)을 단정히 하여 천지 생민(生民)의 극(極)을 삼아서 크게 만세의 굉기(宏基)을 건립할세 빛나고 빛나 일월을 중천에 게양함과 같은데 이 기회에 엄엄(奄奄)히 능히 자진치 못하고 인륜과 왕화(王化)의 근원이 위로 부터 먼저 골몰(汨沒)하고 이것으로 정치와 교화의 이룩함을 바라고저함은 연목구어(椽木求魚)와 같으니 많이 의혹함을 볼것입니다. 아아! 어찌 홀로 전하의 과오 뿐이리오? 저들이 당초에 권세를 끼고 용사(用事)하는 자의 그 죄 가히 주륙(誅戮)을 면하릿가 저 원종(元宗) 등이 또한 명분의 큼이 천지가 절연한듯 하여 가히 범치 못할 것을 알지 못했으리오마는 오직 그 모신(謀身)에 교활한 계획인 때문에 사연이 고기함이 없이 초매하고 위의한 틈을 타서 전하는 오직 그 하는대로 순종(順從)하고 위불함이 없으리라 생각하고 군부(君父)를 겁제하기를 고장의 사이에 농락함과 같이 하여 국모를 방축(放逐)함이 새새끼를 잡아 던짐과 같이하니 이것을 가히 참아하면 무었인들 못하리오? 그 마음을 헤아리면 비록 동탁과 조조(曹操)에 이를지라도 또한 어찌 꺼릴바랴? 인신이 역심을 품지 못하게 할것이오 역심을 품으면 반드시 베일찌니 춘추(春秋)의 의는 정히 이무리를 위하여 배설함이라, 만일 신씨(愼氏)가 죄인의 출생 임으로 가히 지존을 짝하고 종조(宗祧)을 주장하지 못한다하야 이로 추위하면 수근(守勤)의 죄는 진실로 종사(宗社)에 관계됨이 아니니 어찌 족히 비(妃)에 누(累)가 되리잇고? 가령 수근(守勤)이 죄를 종사에 얻어 베임을 받었다 할찌라도 비는 미리 들은 연고가 없은즉 또한 허물을 삼아서 미칠바가 아닙니다. 옛적 한(漢) 선제시(宣帝時)에 곽씨(霍氏)가 주역(誅逆)하다가 삼족(三族)의 주륙(誅戮)을 당하였으되 곽후(霍后)는 참여치 않음으로 폐위 당하지 않았고, 아조(我朝)에 심(沈) 온(溫)이 태종(太宗)에게 죄를 입었으되 소헌왕후(昭憲王后)는 옥체에 허물이 없었으니 옛적의 법도를 환히 징거할 수 있거든 하물며 수근(守勤)이 나라에 관한 죄가 아닌즉 주관(周官) 의친의 법으로 봐서 비록 용서하여 살려줄 지라도 가하거늘 이제 이미 죄를 더하고 또 반드시 비(妃)에 누(累)가 된다하여 폐출까지하니 이는 애신하고 무군한데 불과한 연고입니다. 특히 이뿐만 아니라 전하께서 왕실의 주(冑)로 대통을 이었으니 명정(名正) 언순(言順)하여 삼대(三代)의 계세(繼世)에 부끄러움이 없거늘 원종(元宗) 등이 모국하기를 선히 하지못하여 전하를 쇠세(衰世)의 지경(地境)에 세운 것은 무슨 법인고 연산(燕山)의 무도함이 극한지라 삼강(三綱)이 민멸(泯滅)하야 다시 인리가 없으니 천신(天神)과 지지가 싫어하고 조종(祖宗)이 거절하고 친척이 배반하고 인심이 흩어져서 이미 옴긴 위(位)에 독부(獨夫)가 되니 장차 이성의 침범이 될 것인데 다행이 명명(冥冥)한 음우를 힘입어 사방이 삼보(三寶)를 구가함이 진실로 전하에게 촉망한 때문에 전하가 이에 이르게 되었으니 대체 대통을 이으고 세를 이음은 천지 고금의 큰일이라, 마땅히 명백하고 정대(正大)하여 섬호(纖毫)의 유은(幽隱)이 없음이 태양(太陽)이 공중(空中)에 밝아서 만물을 쾌히 보는것과 같으니 그 가히 구차이 하리오? 반정(反正)의 처음에 마땅이 대비(大妃)의 명을 받들어 연산이 천지와 조종(祖宗)과 신민(臣民)에게 견절(見絶)한 죄를 헤아려서 묘사에 폭로시킨 연후에 위로 천자에게 고(吿)하고 폐하란 명을 청하여 밝게 대위(大位)에 오르신 것이니 이같이 하면 통을 이으고 세(世)를 이은 도가 명백하고 정대(正大)하여 유은함이 없어 사방과 만세에 앙망(仰望)하기를 태양(太陽)이 공중에 밝음과 같으니 어찌 위대하지 않으릿가? 그런데 무슨 일로 원종(元宗) 등이 대의에 어두워 전하의 광명정대하므로 아직 선대의 문(文)을 빌려 천자를 기만하였으니 애석하나이다. 전하께서 강신(強臣)에게 억제를 받아 가교(家敎)가 괴천(乖舛)하야 인륜의 본(本)과 왕화(王化)의 원(源)과 정시(正始)의 도를 능히 빛나게 심으시고 크게 들치지 못하시면 무엇으로 중화(中和) 위육(位育)의 공덕을 이루어 능히 천제(天帝)의 마음을 편안이 하오릿까? 만화(萬化)가 따라서 날로 박잡(駁雜)하야 풍교(風敎)가 자연이 퇴탕하고 괴기(乖氣)가 불울(拂欝)하야 음양이 서차(序次)을 바꾸고 일월이 박식하고 수한(水旱)이 비등(沸騰)하며 화실(花實)이 겨울에 부연되고 번상(繁霜)이 여름에 운락(隕落)하야 우(雨), 양(陽), 풍(風), 박(雹), 성패(星孛), 홍예(虹霓) 곤충(昆虫)의 요얼(妖孽)이 간간히 거듭 발생함에 이르니 지난 날에는 후정(後庭)의 반(班)에 애도(哀悼)를 엮음이 얼마 않되여서 장경왕후(章敬王后)께서 문득 승하하시어 곤의(壼儀)가 참혹하고 격적하니 뜻하건데 하늘이 그 전하을 경계한바가 깊으나이다. 전에 이르되 화기는 상서을 이루고 괴기(乖氣)는 이상함을 이루니 옛적에 서녀(庶女)가 원한을 품으면 비상이 연전을 친다 하였으니 저 궁려에 한 여자의 천함도 묘언(眇焉)이 한미(寒微)하여 하늘에 관계되지 않을것 같으되 그 원결(寃結)한 기운이 오히려 비상(飛霜)의 변함을 느끼여 부르거든, 만일 지존(至尊)의 배(配)로 천지(天地), 묘사(廟社), 신인(神人)을 맡었으니 상제(上帝)가 가히 명고(冥顧)할 것인데 무고이 폐척을 당하여 일실(一室)에 낙막하여 길이 유민을 맺었으니 이같이 천지 화기를 상하고 거듭 발생하는 모든 우려이 온것을 괴(怪)히 여길 것이 없으니 성념이 그 또한 이에 미치시나이까? 오호라 이미 지난 허물은 곧 그만 둘 것이라 어찌 가히 복정(復正)치 아니하릿가? 전하께서 한번 전이한 기회라 이제 내정(內政)의 주인이 흠결(欠缺) 되었으니 마땅이 이때를 인하여 확연이 결단 하여 신씨(愼氏)을 곤후(坤后)의 위(位)에 복정(復正)한 즉 천지의 마음이 형 하여지고 조종(祖宗)의 영(靈)이 옳게 여기고 신민(臣民)의 바람에 부응하는바니 전하)께서 이 곤위(坤位)를 누구에게 촉(屬)하려 하나니이까? 대분(大分)을 이미 추(墜)한데서 존(存)하며 구은(舊恩)을 이미 어그러짐을 온전히함이니 정히 대의(大義) 정리(正理)에 합당하야 동연(洞然)이 의혹이 없으리니 가령 의혹한 자 있어 이미 폐함으로 위탁하여 망녕되히 이론을 생함은 전일(前日) 주의(主議)의 신(臣)에 아부(阿附)하여 관망한바 있음에 불과한 즉 다시 전하의 가법을 문란케 함이니이다. 저 원종(元宗) 등이 비록 왕실에 대공(大功)이 있다 말할지나 그때를 당하여 천명과 인심이 다 전하에게 귀속되었으니 비록 이 무리들이 아니라도 신기(神器)가 장차 누구에게 돌아가리잇가? 마침 천인의 기회를 타서 그 힘을 받았거늘 그 공(功)을 부시하고 사연히 고기치 않고 군부를 겁제하고 국모를 방축하야 천하 고금의 대분(大分)를 범하였으니 이는 만세의 죄인이라 공이 가히 죄를 덮지 못할지니 그 제멋대로 할 시기를 당하여 전하께서 확연이 폐후의 청을 들어주지 않으시고 협박한 정상을 고찰하시고 전형(典刑)을 밝히어 바로 잡음이 가하거늘 이미 능히 그러치 못하시고 영화와 부귀를 누리게하여 주었으니 족히 그 공을 보상하여 줌이라, 이제는 비록 이미 죽었으나 그 죄를 명백히 바로잡고 관작(官爵)를 추탈하여 중외(中外)에 효유하야 당세와 다못 만세로 하여금 작연히 대분이 절연하여 범치 못할것임을 알게 할지니 엎드려 원하옵건대 전하께서는 이 두어가지 일에 의리에 질정(質正)하시여 처리하고 제지하여 막히고 어려운바 없은즉 가히 이미 지난 그릇됨을 씻으실 것입니다. 그러한 즉 인륜의 본과 왕화(王化)의 원(源)과 정시(正始)의 도(道)가 징철(澄澈)하고 광대함이 천지가 회색하였다가 다시 개제(開霽)하고 정활(呈豁)함과 같으리니 전하게서 또 능이 정일(精一)하고 근독(謹獨)하야 성의 정심으로 추진하여 정치의 이념에 충족케 하면 주가(周家)의 인지(麟趾)와 추우(騶虞)의 화(化)가 이로 좇아 이루어 왕업이 팔백년을 지나 가히 만세에 이르기 까지 무궁 하리이다. 신(臣) 등이 소원한 신으로 위(位)에 넘은 견책을 피(避)하지 않고 감히 성총(聖聰)을 모독함은 진실로 이 두어 일이 분의(分義)에 관계됨이 지극히 중대하여 가히 마음에 감추어 한번도 군후(君后)에게 들리지 않을 수 없읍니다. 신 등이 흉중(胷中)에 분울(憤鬱)을 가짐이 오래로되 이를 능히 신토(申吐)치 못한 것은 정히 장경왕후(章敬王后)께서 곤위(壼位)를 당하였음이니 만일 신씨(愼氏)를 복위하면 장경(章敬)을 위한 처지가 어렵지만 이젠 즉 장경비(章敬妃)가 돌아가시고 곤위(壼位)가 다시 결함되었으니 정히 반정(反正)할 기회요, 또 구언(求言)의 때를 당하니 이 신 등이 급급히 나루(覼縷)하야 진달하옵니다. 방금 천견(天譴)이 쉬지 않고 정교(政敎)가 순전(純全)치 아니하야 서사(庶事)가 방법에 어긋나니 전하는 공경하심을 힘쓰시어 능히 천심을 향유하시기를 복원하나이다. 신 등이 구구한 비회(鄙懷)와 울념(鬱念)이 많으오나 전부 올리기 어려우니 전하께서는 살펴주시기를 업드려 바라나이다.
請復故妃愼氏疏
伏以帝王繼天立極之道莫不以正始爲本是故造端凝始者出乎正則大綱大源井井然光明動盪于上而達之于萬事萬化者如影之隨形如響之應聲無往而不一于正矣反乎是而求化之成譬猶溷其源而望流之淸不亦難矣哉易曰有天地然後有萬物有萬物然後有男女有男女然後有夫婦有夫婦然後有父子有父子然後有君臣有君臣然後有上下有上下然後禮義有所措詩大序曰周南召南正始之道王化之基夫易首乾坤詩始關睢配匹之際人倫之始萬化之原而綱紀之首王道之大端也魯哀公問于孔子曰冕而親迎不已重乎孔子愀然作色而對曰合二姓之好繼先聖之後以爲天地宗廟社稷之主君何謂已重乎齊桓公葵邱之會初命曰無以妾爲妻夫聖人之愀然作色豈不以哀公慢天地宗廟社稷之主蔑裂其禮而爲之寒心乎桓公霸者耳猶能知配匹之重不欲舛逆其分焉是皆誠以造端凝始之道王子所不可不愼也昔周家之創始也大王王季文王咸有聖德能隆齊家之道式禮不紊世得賢妃以正人倫之本以淑王化之源故周人之詩曰古公亶父來朝走馬率西水滸至于岐下爰及姜女聿來胥宇言大王當狄難遑遑而篤恩不違肇基于王迹也又曰思齊大任文王之母思媚周姜京室之婦言王季有此莊敬之德配能盡婦道于周姜不失爲周室之婦而毓慶於子孫也又曰文定厥祥親迎于渭造舟爲梁不顯其光又曰惠于宗公神罔時怨神罔時恫刑于寡妻至于兄弟以御于家邦言文王隆重婚禮得窈窕之妃爲廟社神祇之主上以嗣聖任之徽下以儀法于閨門而流光於邦國也夫周家之所以正始端本者粹白而罔有瑕璆醲厚而罔有漓薄如是故其王化始于床第之間洋洋流動于朝廷之上沛然覃被于四方如天地之化本乎陰陽槖鑰乎星辰寒暑流行磅礴乎山川鳥獸草木當是時也夫夫婦婦父父子子君君臣臣亡有寸邪毫累敢干其間以至天地位萬物育騶虞麟趾休祥畢應綿歷于八百何莫非關睢鵲巢之化也及其衰也內敎崩弛有無故廢斥正后者而卒召戎狄之禍有升妾爲嫡紊禮分者而竟速爭奪之亂其他如唐高宗廢王皇后而終見宗社覆滅子孫勦絶宋哲宗廢孟皇后而本源顚錯陰邪釀孽馴致靖康之變况又有以妾爲夫人瀆滅其常禮者其禍豈小哉魏文帝將立郭貴嬪爲后而中郞校潛爭之唐明皇將立武惠妃爲后而御史潘好禮爭之夫古來治亂興亡之跡瞭然可驗如此誠欲重帝王之匹正風化之本其可苟乎臣等伏見故妃愼氏被斥在外殆一紀于兹臣等未詳厥初之由不知有何大故擧何大名爲此非常骸愕之事乎夫王者承統纂緒先正夫婦之道以侔乎天地內以治陰敎外以理陽德齊主乎廟社神祇夫配匹之際其重大如此苟非不順於親獲罪於宗廟社稷則雖有微愆細忒決無割絶之義矧無名無故而廢斥其何以承宗祧享天心乎昔漢光武以怨懟而廢郭后宋仁宗以妬忌而亦廢郭后而當時與後世猶譏剌不置以爲明君之大累今愼氏未聞有可廢之故而殿下之廢之果何名耶當靖國之初朴元宗柳順汀成希顔等旣除愼守勤則以爲妃迺其出也殺其父而立其朝慮有他日之患曲爲自全之私舞出廢黜之謀兹固無故而又無名也 愼氏自 殿下龍潛之初載嘉協貞卜以成好逑備儀以見於 慈殿姑婦之義已定及 殿下入承大統正位中壼受臣民之賀膺 廟社之主於殿下褕翟之尊已立於 祖宗神祇蘋藻之奉有望於國人母后之分已明 慈殿無違忤之譴第裯無可去之愆神人無恫怨之訧 殿下受制於强臣不能保其伉儷之重豈不痛心哉古語云貧賤之交不可忘糟糠之妻不下堂 愼氏備酒醬奉灑掃於代邸凡幾年矣死生契濶義相孚也昏朝風雨備同嘗也一朝貴躋九五富有千乘則棄之如遺崇卑殊境若升雲天之上而入九淵之下以 至尊之配琴瑟之友違絶 玉殿而下混閭閻氣像蕭索聞者隕涙過者咨與太王當狄難遑遑而篤恩不違者異矣禮曰子甚宜其妻父母不說出子不宜其妻父母曰是善事我子行夫婦之禮焉沒身不衰以是觀之廢出之義一嗟其聽於父母明矣今也非出於 慈殿之命而輕替京室之婦其與王季異矣易曰夫婦之道不可以不久也傳者曰夫婦終身不變者也其所以久而不變者守卺酳之禮重萬世之始不敢遷易也今也不念始者文定之配不顧黼黻蘋藻之主播棄若塊以墜內刑其與文王異矣夫治國平天下之道本諸家一正家而天下定矣自古亂亡之作靡不原於家法之不正我朝家法未可謂一出於正也 太祖以創業垂範之聖惑於嬖寵欲紊嫡庶之分逮于 宣陵以黯黮之故踵前之弊軌立本一差其流波至燕山而遂蕩綱常淪斷宗廟社稷幾乎墟矣其禍慘矣 殿下得大橫之吉順輿兆之屬披臲卼而旋于坦夷剔荒昧而登于淸郁此正三靈拭望顒然庶幾其更始之日宜端一家之本爲天地生民之極丕建萬世之宏基光昭暐曄如揭日月而中乎天斯其會也奄奄然不能自振人倫王化之源自上先汨以是而欲望治化之成猶緣木而求魚多見其惑也嗚呼豈獨 殿下之過也彼當初挾權用事之臣其罪可勝誅耶彼元宗等亦豈不知名分之大如天地之截然不可犯也惟其謀身之狡計勝故肆然無顧忌乘草昧危疑之際謂 殿下惟其所爲而莫之違拂㥘制 君父如弄諸股掌之間放逐 國母有同抛雛是可忍也孰不可忍也推其心則雖至董曺亦何所憚哉人臣無將將而必誅春秋之義正謂此輩設也若以 愼氏罪人之出不可以配 至尊而主宗祧以是誘焉則夫守勤之罪固非關於宗社何足以累于 妃就使得罪于宗社而受誅 妃無豫聞之故則又非所以爲尤而及之也昔漢宣帝時霍氏謀逆族誅而霍后以不與盼不廢我朝沈溫被罪于 獻陵而 昭憲王后玉度不玷徃軌皭然可徵況守勤非關國之罪則以周官儀親之典雖宥而全之可也今旣加罪而又必以累 妃而廢黜之此不過愛身而無君故也不特此耳 殿下以王室之冑入纘大統名旣正言旣順無愧於三代之繼世而元宗等謀國不臧立 殿下於衰世之域何則燕山之無道極矣三綱泯滅無復人理神祇厭之 祖宗絶之親戚反之人心去之獨夫于已移之位將爲異姓之刺手幸賴冥冥之陰佑四方之謳歌三寶允屬于 殿下故 殿下得以至是夫纘統繼世天地古今之大事也固當明白正大有無纎毫之幽隱如太陽麗空萬物快覩其可苟哉反正初宜擧 大妃之命悉數燕山見絶于天地 祖宗臣民之罪暴于 廟社然後上吿諸 天子而請命焉昭升 大位夫如是則纘統繼世之道明白正大無有幽隱四方萬世仰之如太陽之麗空豈不偉歟奈何元宗等闇於大義以 殿下承統之光明正大而姑借禪代之文以欺詐 天朝惜哉 殿下受制於强臣家敎乖舛人倫之本王化之原正始之道未能光植而弘颺之以何者而推致中和位育之功克宅天心乎萬化隨而日駁風敎自然頺蕩乖氣拂欝陰陽易序日月薄蝕水旱沸騰花實冬敷繁霜夏隕以至雨陽風雹星孛虹霓昆虫之妖間見荐仍頃者後庭之班綴悼未幾 昌敬王后遽爾上賓壼儀慘閴意者天其所以警殿下者深矣傳曰和氣致祥乖氣致異昔庶女抱怨飛霜擊燕彼窮閻一女之賤眇焉微末若無豫乎天而其寃結之氣猶足以感召飛霜之變若夫以 至尊之配尸天地 廟社神人上帝所冥顧者而無故廢斥落莫一室永結幽悶如是而傷天地之和氣來荐仍之諸沴者不足怪也 聖念其亦有及於此耶嗚呼旣徃之失則已矣豈遂不可得以復正乎在 殿下一轉移之機耳今內政缺主宜因此時廓然決斷復正 愼氏于坤后之位則天地之心所享也 祖宗之靈所允也臣民之望所副也 殿下將此位欲屬之於誰乎存大分於旣墜全舊恩於已睽此正合於大義正理洞然無疑矣假有惑者誘以已廢妄生異論不過附於前日主議之臣有所觀望則復亂 殿下之家法也彼元宗等雖曰有大功於 王室當其時天命人心咸屬於殿下雖非此輩神器將誰歸乎適乘天人之會效其力而負恃其功肆然不忌㥘制 君父放逐國母犯天下古今之大義此萬世之罪人也功不可以掩之當其跋扈之時 殿下確然不聽廢后之請考按脅制之狀明正典刑可也旣不能然使之榮富自若足以償其功矣今雖已死宜明正其罪追奪官爵曉諭中外使當世與萬世灼然知大分之截然不可犯也伏願 殿下於此數事質諸義理處之制之無所滯難則可以一灑已徃之謬然則人倫之本王化之源正始之道澄澈光大如天地晦塞而復開霽呈豁 殿下又能精一謹獨自誠意正心上推去充諸政理則周家麟趾騶虞之化從此而成王業過八百可至萬世而無窮矣臣等以踈遠之臣不避越位之責敢冒瀆 冕聰誠以兹數事分義所關至重且大不可緘于心而不一聞于 君后也臣等胷抱憤鬱久矣而前此不能申吐者正以 昌敬王后當壼若復 愼氏難爲 昌敬地耳今則 昌敬上賓壼位復缺正反正之機會又當求言之秋此臣等所以汲汲覼縷陳之也方今天譴不弭政敎不純庶事乖方伏願 殿下懋惟祇敬克享天心臣等區區鄙懷鬱念尚多有難悉獻伏惟 殿下垂察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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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화류씨세보 무자보(2008년)]
(편집 및 정리 : 류영렬, 20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