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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역재공(덕용)묘갈명
悅易齋公(德容)墓碣銘
부모를 섬기되 정성을 다한 것을 효라 이르고 순일(純一)하여 그치지 아니한 것을 성(誠)이라고 이른다. 정성이 지극하면 가히 천지를 감동시키고 신명을 통하게 하니 왕상(王祥)의 얼음 속 이어(鯉魚)와 맹종(孟宗)의 눈 속의 죽순(竹筍)으로 넉넉히 증험되었다. 비록 그러나 이는 대개 천백년에 한 번 있는 것이니 진실로 도리를 아는 이가 아니면 어찌 가히 그 정성의 이룬 바를 말하리오. 옛날에 열이재(悦易齋) 류공(柳公)은 벌족한 집안에 태어났는데 고관대작(高官大爵)들이 타고 다니는 수레 보기를 더럽게 여기고 실지(實地)를 힘써 행하며 부모봉양하기를 부지런히 하여 자식된 도리를 다하니 옛날 사람들이 말한 하늘에서 타고난 효성이다. 어버이의 병(病)이 심하게 되자 의원을 맞이하여 치료하려고 하니 말하기를 「이는 위험한 증세라. 연꽃과 개구리를 약과 조화하여야 만이 가히 효험이 있으리라.」 하였다. 때가 추운 겨울을 만난지라, 백초(百草)가 얼어붙고 만목(萬木)이 조령(凋零)하였는지라, 공이 소리쳐 울면서 하늘에 빌고 사방을 두루 방황(彷徨)하니 갑자기 한 줄기 연이 얼음 연못 가운데서 나오고 한 청개구리가 고목 아래로 떨어졌다. 주워다 약을 만들어 드리므로 어버이의 병이 나으니 마을에서 놀래고 이상하게 여겨 혀를 끌끌 차기를 그치지 아니하였다. 도백(道伯)인 윤휘(尹暉)가 그 사실을 조정에 알리니 왕이 가상하게 여겨 품계를 뛰어 넘어 양덕현감(陽德縣監)에 임명하여 백의로 수령(守令)을 맡기니 특별한 은혜였다. 공이 죄송스러워 굳이 사양하고 부임하지 아니하니 그대로 정려문(旌閭門)을 세우라 명한 바 더욱 특별한 예였다. 공의 휘는 덕용(德容)이요 자(字)는 중부(仲符)며 성(姓)은 류씨(柳氏)로 관향(貫鄕)은 문화니 동방의 대족(大族)이다. 휘 차달(車達)이 있으니 고려(高麗) 태조(太祖)의 창업을 도와 관(官)은 대승(大丞)에 이르고 개국원훈(開國元勳)에 책록(策錄)되었다. 이로부터 대대로 경상(卿相)이 나오니 오세조(五世祖) 휘 원현(元顯)은 한성부판윤(漢城府判尹)이다. 판윤공(判尹公)의 사형제중(四兄弟中) 중제(仲弟)의 휘는 운검(云儉)이니 판사(判事)요, 숙제(叔弟)의 휘는 정현(廷顯)이니 영의정(領議政)으로 정숙공(貞肅公)이요, 계제(季弟)의 휘는 정무(廷懋)니 판사(判事)로 문벌의 융성(隆盛)함이 세상에서 견줄 이가 없었다. 고조(高祖)의 휘는 선(善)으로 한림(翰林)인데 청렴(淸廉)과 강직으로 조정에 알려지고 호(號)는 정묵재(靜黙齋)요, 증조(曾祖)의 휘는 효진(孝眞)이니 병조참의(兵曹叅議)요, 조(祖)의 휘(諱)는 옹(澭)이니 수찬(修撰)이요, 고(考)의 휘는 수언(秀漹)이니 교리(校理)요, 비(妣)는 파평윤씨(坡平尹氏)니 군수(郡守) 휘 상로(商老)의 따님이다. 정묵재(靜默齋)의 계제(季弟)의 휘는 형(衡)이니 생원(生員)으로 현감(縣監)인데 드디어 사직하고 전주(全州)로 돌아갔고, 이분이 휘 효중(孝中)을 출생하니 진사(進士)로 부률(副率)이요, 부솔(副率)이 휘 인분(仁汾)을 출생하니 자의(諮議)요, 자의가 휘 문옥(文沃)을 출생하니 생원(生員)으로 부사(府使)니 이분들이 공의 생가의 선고(先考) 이상이다. 공이 중종(中宗) 1536 병신(丙申) 생으로 나면서부터 특이한 재질이 있고 지절이 경개하여 과거공부를 일삼지 아니하고 자신을 위한 학문에 전심하여 경전을 강구하고 미세하고 깊은 뜻을 탐색하여 관통치 못하면 그대로 두지 아니했으며 더욱 심경과 근사록(近思錄) 성리대전(性理大全) 등 서적을 좋아하여 염민(濂閩)의 여서(餘緒)에 접(接)하고 수사(洙泗)의 근원을 거슬러 탐구하여 조예(造詣)가 심히 높으니 당시(當時)의 학자들이 모두 종장(宗匠)으로 일컬었다. 어렸을 때 사기(史記)를 읽음에 충량한 신하가 참소를 입은 곳에 이르러서는 문득 책을 덮고 크게 한숨 쉬며 눈물까지 흘리니 그 타고난 성품의 강개(慷慨)함이 이와 같았다. 만년에 탄식하기를 만리(萬理)를 갖추고 만상(萬象)을 갖춘 것은 오직 역경(易經) 일부서(一部書)라 말하고 괘상(卦象)과 단사(彖辭)를 완상(玩賞)하여 음양(陰陽) 동정(動靜)과 소식(消息)의 변화(變化)하는 묘리(妙理)를 횡관(橫貫)하고 수천(竪穿)하여 실지(實地)로 그 이치(理致)를 터득하고서 그 서재(書齋)의 편액(扁額)을 열이재(悦易齋)라 하니 대개 부자께서 만년에 주역(周易)을 즐긴 뜻을 취(取)한 것이다. 1615 을묘(乙卯)에 노인을 우대하는 법전(法典)에 의하여 통정대부(通政大夫)에 진계(進階)되고 규례(規例)대로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의 관작이 내렸다. 인조(仁祖) 1628 무진(戊辰) 7월28일에 졸하니 향년 93세로 병조참의(兵曹叅議)에 추증(追贈)되었다. 1921 순조(純祖) 신사(辛巳)에 사림(士林)이 언동(彦洞)에다 사우(祠宇)를 세워 향사하였으며, 묘(墓)는 화순현(和順縣)의 동(東)쪽 흑토치(黑土峙) 원봉(圓峯) 아래 해좌(亥坐)이다. 배(配)는 안동김씨(安東金氏)로 현감(縣監) 이(洢)의 따님인데 규범을 겸비하여 가정을 다스림에 법도가 있어 군자의 배필로 어김이 없었고 삼남륙녀를 두었으며 묘는 합폄이다. 장남(長男) 홍(泓)은 부사(府使)니 선조조(宣祖朝) 임진왜란(壬辰倭亂)에 임금을 모시고 평양(平壤)에 이르러 적(賊)을 치다가 순절하니 병조참판(兵曹叅判)에 증직(贈職)되고 평양에 사우(祠宇)를 세우라고 명하였으며, 차남(次男)은 제(濟)니 첨지중추부사(僉知中樞府事)이며, 삼남은 함(涵)이니 인조조(仁祖朝) 병자호란(丙子胡亂)에 의병을 일으켜 국난에 달려갔는데 화의(和議)가 성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통곡하며 파병(罷兵)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은거하니 세상에서 대명처사(大明處士)라 일컬었다. 장녀는 박사건(朴士健)에게 출가하니 참봉(叅奉)이요, 차녀는 한효삼(韓孝參)에게 출가하였고, 삼녀는 한효연(韓孝淵)에게 출가하니 적순부위(迪順副尉)요, 사녀는 이덕무(李德懋)에게 출가하였고, 오녀는 김시성(金時省)에게 출가하였고, 육녀는 최서생(崔瑞生)에게 출가하였는데 정유재란(丁酉再亂)에 사포(沙浦)에서 절개를 지켜 죽으니 열녀로서 정려문(旌閭門)을 세웠다. 홍(泓)의 일남은 응량(應良)이니 부사(府使)이며, 제(濟)는 삼남일녀니 종일(宗一)과 수일(守一)과 성일(誠一)이요, 여(女)는 임일달(林一達)에게 출가하였으며, 함(涵)은 오남삼녀니 지성(之性)은 통덕랑(通德郞)이요, 지기(之起)와 지서(之瑞)와 지화(之和)와 지혜(之惠)는 모두 유업을 닦아 고행이 있었으며, 정(鄭) 직(稷)은 별제(別提)요 이(李) 파(坡)와 정광형(鄭光亨)은 그의 사위다. 한효삼(韓孝參)의 아들 필달(必達)은 생원(生員)이요 필립(必立)과 필무(必茂)와 필형(必亨)과 필기(必起)와 필건(必建)과 필적(必迪)이요, 한효연(韓孝淵)의 아들 필현(必顯)은 부호군(副護軍)이요, 이덕무(李德懋)의 아들은 거진(居震)과 정진(定震)이요, 김시성(金時省)의 아들 상립(尙立)은 참봉(叅奉)이요, 최서생(崔瑞生)의 아들 기종(起宗)은 현감(縣監)이다. 증손과 현손 이하는 모두 기록하지 아니한다. 아아! 공이 벌열(閥閱)한 대가에서 태어나 조금만 진취할 뜻이 있었다면 고위고관(高位高官)을 쉽게 지냈을 터인데 가히 세상의 취미를 버려 마음이 고요하고 무욕(無慾)한 듯 하였다. 덕을 닦고 의를 행하여 느지막에도 더욱 자취를 감추었으며 더욱 시끄럽고 화려한 것을 싫어하여 한성(漢城)의 대대로 살던 곳을 버리고 표연(飄然)히 낙남하여 전주(全州)를 거쳐 김제(金堤) 백구정(白鷗亭)에 잠시 살았고, 다시 화순(和順)에 이사하여 그대로 살게 되었다. 아! 선비가 어려서 배우는 것은 장정이 되어 행하고자 한 것이다. 공이 어찌 과연 세상을 잊었으리요? 때가 무오사화(戊午士禍)와 기묘사화(己卯士禍)의 참벌(斬伐)한 화(禍)를 겪음으로써 착한 무리들이 몸을 숨겨 편히 쉬었던바, 공께서도 숨어서 나오지 않으니 진실로 고상한 처신이었다. 그것은 대역(大易)의 기미를 알아 처신하라는 출처의 경계를 터득함이었는가? 시에 이르기를 사세에 밝고 밝아 그 몸을 보전한다 하였으니 공이 진실로 지감(知鑑)이 있었다 할 것이다. 아! 그 훌륭하도다. 이제 와서 명(銘)을 청(請)한 이는 그의 십세손 병문(秉文)과 상원(相原) 이군(二君)이다. 이에 마땅히 명(銘)을 지어 명(銘)에 이르노니, 성(盛)하도다 류씨(柳氏)여, 하후씨(夏后氏)의 후예로다. 서(西)로부터 동(東)으로 와서 백세를 이어 내려왔네. 계적(系籍)을 여러번 고치니 왕(王)이 실(實)로 아름답게 주었네. 고조선(古朝鮮) 때는 왕씨(王氏)라 하고 신라(新羅) 때는 차씨(車氏)라 하였네. 고려(高麗) 태조(太祖) 개국(開國)에 대승공(大丞公)이 충성을 다했네. 류씨(柳氏)로 성(姓)을 주어 큰 공(功)을 갚았네. 대대로 가업을 지켜 공경(公卿)이 이어 나왔네. 성조(聖朝)에 들어와 그 명성(名聲) 떨어뜨리지 아니했네. 근원이 멀고 흐름이 길어 이내 우리 공(公)께서 태어났네. 학문을 닦아 넉넉하였고 재주가 넉넉하여 풍족하였네. 그 쌓인 포부(抱負)를 펴 덕택이 먼곳까지 입히었네. 어찌 이러하지 않으리오? 비괘(肥卦)로 부터 둔괘(遯卦)로 갔었네. 좌우의 경적(經籍)으로 나의 금회(襟懷)를 풀었네. 만년(晩年)에 주역(周易)을 좋아하여 서재(書齋)에 이름 부쳤네. 못 얼음 희고 희어 정정(亭亭)한 연화(蓮花)였네. 이를 캐어 약(藥)에 타서 친수(親壽)를 오래도록 누리었네. 이치(理致)란 진실로 거짓되지 아니하니 실로 성결(誠潔)에 연유한 것이네. 하늘도 밝은 덕을 내려다 보아 대질(大耋)을 누리게 하였네. 효도는 백행의 근본으로 사람의 극(極)을 세웠네. 이 명사(銘辭)를 보고 후생은 이를 본받을 지어다.
중원을해춘삼월상한
가선대부전종정원경완산이명상근찬후학평택림병주근서
悦易齋柳公德容墓碣銘
事親盡誠之謂孝純一不已之謂誠誠之至可以感天地通神明王祥之氷鯉孟宗之雪笋足以徵焉雖然此盖千百年而一有者苟非知道者烏可語其誠之所致也在昔悦易齋柳公生於赫舄之門浼視軒駟力行實地服勤就養以盡子職古所謂出天之誠也親疾甚㞃迎醫治之曰此危症也以蓮蛙和藥可奏效時値冬冱百草凍閉萬木凋零公號泣祝天彷徨四周忽見一莖蓮出於冰塘中一靑蛙落於枯木下取以調進親疾乃瘳閭里爲之驚異嘖嘖不已道伯尹暉上其事于朝 上嘉之超除陽德縣監以白衣授守宰特恩也公惶懼固辭不就仍 命旌其閭尤特例也公諱德容字仲符姓柳氏貫文化東方大族也有諱車達佐高麗太祖剏鴻業官至大丞錄開國元勳自是以降世繼卿相五世祖諱元顯漢城府判尹判尹公四昆季仲諱云儉判事叔諱廷顯領議政貞肅公季諱廷懋判事門闌之盛世無與比高祖諱善翰林以淸直聞於朝號靜黙齋曾祖諱孝眞兵曹叅議祖諱澭修撰考諱秀漹校理妣坡平尹氏郡守諱商老女也靜黙齋之季弟諱衡生員縣監遂投紱歸全州是生諱孝中進士副率生諱仁汾諮議生諱文沃生員府使是爲公生考以上也公以 靖陵丙申生生有異質志節耿介不事擧業專心於爲己之學講究經典探賾微奥不貫通則不置尤好心經近思錄性理大全等書以接濂閩之緒上溯洙泗之源造詣甚高當時學者皆以宗匠稱之也幼時讀史至忠良之被讒誣處輒掩卷太息至於流涕其本性之慷慨有如此者晚年乃歎曰具萬理備萬象惟易經一部書玩賞乎卦象彖辭而陰陽動靜消息變化之妙橫貫竪穿實得其理扁其室曰悦易齋盖取夫子晚而喜易之義也乙卯以優老之典進階通政例付僉知中樞府事 長陵戊辰七月二十八日卒享年九十三 贈兵曹叅議 純廟辛巳士林建祠于彦洞而爼豆之墓縣東黑土峙圓峯下亥坐配安東金氏縣監洢之女也閨範兼備御家有法配君子無違擧三男六女墓祔男長泓府使 穆陵壬辰之亂扈 駕至平壤擊賊殉節 贈兵曹叅判命立祠平壤次濟僉知中樞府事次涵 長陵丙亂起義旅赴國難聞和議成痛哭罷兵而歸隱世稱 大明處士女長適朴士健叅奉次適韓孝參次適韓孝淵迪順副尉次適李德懋次適金時省季適崔瑞生丁酉亂死節沙浦以烈 旌閭泓一男應良府使濟三男一女宗一守一誠一女林一達涵五男三女之性通德郞之起之瑞之和之惠皆業儒有高行鄭稷別提李坡鄭光亨其婿也韓孝參男必達生員必立必茂必亨必起必建必迪韓孝淵男必顯副護軍李德懋男居震定震金時省男尙立叅奉崔瑞生男起宗縣監曾玄以下不盡錄嗚呼公生於閥閱大家少有意於進取朱紫指顧可以致於世味泊如也修德行義晚益鞱晦尤厭紛華捨漢城之世居飄然落南由全州而寓金堤白鷗亭轉移于和順因居焉噫士之幼而學之欲壯而行之也公豈果於忘世者哉時經戊午己卯斬伐之禍善類之嚮晦燕息公隱而不出誠高矣其有得於大易知微知彰之戒也歟詩曰旣明且哲以保其身公實有焉吁其盛矣今來請銘者其十世孫秉文相原二君也是宜銘銘曰 猗歟柳氏夏后之裔自西徂東綿歷百世系籍屢改王實錫嘉在鮮曰王澱曰車麗祖開國大丞効勤以柳錫姓用酬茂勳世守家業而公而卿入于聖朝不墜厥聲源遠流長乃生我公學修而優才裕而豐展厥藴抱澤可被遠胡不爲此自肥于遯左右經籍暢我襟懷晚而悦易于以名齋澤氷皠白亭亭蓮花採調于藥親壽享遐理固不僭實由誠潔天鑑明德俾躋大耋孝源百行立人之極視此銘辭後生是則
中元乙亥春三月上澣
嘉善大夫前宗正院卿完山李明翔謹撰 後學平澤林丙周謹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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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화류씨세보 무자보(2008년)]
(편집 및 정리 : 류영렬, 20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