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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봉공(렴)신도비명
竹峰公(濂)神道碑銘
선조대왕(宣祖大王)이 왕위에 오른지 25년 1592 임진(壬辰)에 왜구(倭寇)가 침입하거늘 어가가 파천(播遷)함에 당시 충직한 의사(義士)가 갑옷을 입고 말을 타고 칼날을 무릅쓰고 협찬하여 중흥(中興)하였으니 이때에 문화류공(文化柳公) 휘(諱) 염(濂) 같은 이가 선비로 나주(羅州)의 모산촌(茅山村)에 궁거(窮居)하였더니 아군(我軍)이 무너진다는 소문을 듣고 이에 분연히 일어나 종제(從弟) 진사(進士) 호(滸)로 더불어 격문(檄文)을 전하고 거의(擧義)하다가 조금 후에 병이 심하여 참전치 못하고 항상 통읍(痛泣)하더니 1597 정유(丁酉)의 재란(再亂)을 당하여 호남(湖南)이 그 피해를 제일 먼저 입었거늘 공이 분개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하기를 이제 내 병이 좀 낳으니 이 전란을 당하여 비 (578) 록 우부(愚夫)와 주졸(走卒)도 국가를 위하여 적과 싸우겠거늘 하물며 우리 가문은 대대로 국은을 받았으니 어찌 충성을 다하여 국은에 보답하지 않으리요? 하고 가동(家僮)을 불러 모아 의리로 깨우치니 따르는 자가 57인이라, 인하여 내종(內從)인 임(林) 박(撲)과 임(林) 근(謹)과 척종(戚從)인 정대절(鄭大節)과 동군(同郡)의 양산축(梁山軸) 등과 의병(義兵)을 모집하니 모두 사백여인이라, 드디어 병기(兵器)를 손질하고 행오(行伍)를 정돈하여 주룡포(注龍浦)에 달려가니 적선(賊船)이 이미 가득하였다. 공이 사졸(士卒)을 잠복시키고 기(旗)를 세우고 북을 울리며 의병으로 가장(假裝)한데 적이 이에 조금 물러나거늘 공이 싸우며 수비(守備)한지 한달 남짓에 참적(斬賊)이 심히 많으니 적세(敵勢)가 조금 꺾이는지라 근해(近海) 읍민(邑民)이 이를 힘입어 살아난 자 수천이 있어. 공이 중과부적(衆寡不敵)한 것을 알고 장차 이공순신(李公舜臣)과 합력하여 적을 무찌르고자 명량포(鳴梁浦)로 달려가다가 갑자기 적(賊)을 만나서 용감히 혈투(血鬪)하더니 유탄(流彈)에 맞아 죽으니 곧 이해 7월25일이라, 공의 아들들이 유의유관(遺衣遺冠)으로 초혼(招魂)하여 거주(居住)하던 원정면(元井面) 서당동(書堂洞) 임좌원(壬坐原)에 반장(返葬)하니 선영(先塋)에 모신 것이다. 도신(道臣)의 장계(狀啓)로 인하여 원종훈(原從勳)에 녹(錄)하고 공조참의(工曹叅議)를 증직하고 후에 손(孫)의 귀(貴)로 대사공(大司空)(공조판서(工曹判書))을 가증(加贈)하니 대개 관례(貫例)에 의함이라, 사림(士林)이 나주(羅州) 송산원(松山院)과 금산(錦山) 금곡사(金谷祠)에 향사(享祀)하다. 공의 자(字)는 자실(子實)이요, 호(號)는 죽봉(竹峰)이다. 선세의 세덕(世德)은 선대묘비(先代墓碑)에 자상히 기록되어 있기에 다시 중복하지 아니하노라. 고(考)의 휘(諱)는 몽벽(夢璧)이니 부사과(副司果)로 증형조참의(贈刑曹叅議)이고, 비(妣)는 숙부인(淑夫人) 평택림씨(平澤林氏)니 진사(進士) 규(畦)의 따님이라. 공이 중종(中宗) 1544 갑진(甲辰) 9월 13일에 출생하였다. 일찍 공부하여 문예(文藝)가 대성(大成)하여 동료의 추앙하는 바가 되고 남에게 눌리지 않는 기절이 있더니 매양 사서(史書)를 탐독하다가 고인의 순절한 곳에 이르면 무릎을 치고 탄식하는 말이 대장부가 마땅히 이같이 할 것이로다 하니 공(公)의 입절(立節)할 의지(意志)를 여기서 예측하겠더라. 배(配)는 금성라씨(錦城羅氏)니 대사헌(大司憲) 희민공(僖敏公) 세찬(世纘)의 여(女)니 생졸(生卒)은 전(傳)하지 않고 묘(墓)는 부(祔)하다. 이남이녀를 생하니 남(男)에 장(長)은 경중(敬中)이니 부사과(副司果)로 병조판서(兵曹判書)를 증(贈)하고 차(次)는 신중(愼中)이라. 형제가 다 여묘(廬墓)를 했고 아버님 원수를 갚지 못한 것으로 죄인을 자처(自處)하여 종신토록 폐양자(蔽陽子)를 썼으며 앉거나 눕거나 동쪽으로 향하지 아니하였다. 여(女)에 장(長)은 광주인(廣州人) 현감(縣監) 이태남(李泰男)에게 출가하고, 차(次)는 나주(羅州) 나덕준(羅德峻)에게 출가하였다. 장방(長房)의 남(男)은 계흥(繼興)이니 지중추부사(知中樞府事)요, 차방(次房)은 무육(无育)하여 종질(從姪) 도사(都事) 반(攀)을 입양(入養)하다. 증현(曾玄) 이하는 많아서 다 기록하지 못하노라. (579) 오호라! 공이 백면서생(白面書生)인데다가 몸도 쇠로(衰老)하였건만은 국가(國家)가 혼란한 때를 당하여 충의로 일어나 분연(奮然)히 자신을 돌아보지 않음으로써 의병(義兵)이 소문을 듣고 수백인이 앞을 다투어 모였으니 공의 의기가 지성에서 일어나 가히 감동할만한 것이 있기 때문이라. 자신이 사졸(士卒)보다 먼저 나가 기공(奇功)을 여러번 세우고 약군(弱軍)이 본래 중적(衆賊)을 대적하지 못함을 알고 충무공(忠武公)과 합력하야 전진(戰塵)을 쓸어버리고 중흥(中興)의 기반을 닦고져 기약하였으니 가히 대장부의 정절(貞節)이요 간성(干城)의 대재라 할 수 있는데 애석하게도 능히 대첩(大捷)을 못하고 먼저 죽어 마침내 가슴에 품은 전략을 다 펴지 못하였으니 이는 국가의 불행이라 어찌 홀로 공의 불행 뿐이겠는가? 그러나 국가에서 공훈(功勳)을 책록하고 벼슬을 내린 은전(恩典)이 융숭(隆崇)하고 사림(士林)이 사우(祠宇)를 세워 향사(享祀)하고 존경하였으며, 아들이 어질어서 효(孝)로 계승(繼承)하니 공의 명성이 불후하여 족히 천추(千秋)에 전(傳)하리로다. 그러나 찬양하는 글이 유현(儒賢)에 지나지 못함으로 인하여 잊혀 져서 드러나지 못한 것이 근사백년이로되 묘전(墓前)에 대비(大碑)를 세우지 못하여 후손의 원한이 오랫더니, 어느날 후손 국회의원(國會議員) 인곤보(寅坤甫)는 나의 오랜 친구인데 종의(宗議)로 나에게 글월을 청하니 아아! 내 일찍 충무공(忠武公)의 난중일기(亂中日記)를 탐독하다가 공의 순절한 사실을 알고 그 높은 절의(節義)를 흠앙(欽仰)한지 오래였던바, 어찌 감히 식견이 엷고 졸렬(拙劣)하지만 끝내 사양(辭讓)하리요? 삼가 우(右)와 같이 서술(序述)하고 이어 명(銘)을 지어 이르노니 아름답도다.
문화류씨(文化柳氏)여 청백(清白)한 유풍(遺風)을 대대로 전하였도다. 공(公)이 그 유풍(遺風)을 계승(繼承)하여 호남(湖南)에 은거(隱居)했더니, 슬프다! 임정(壬丁) 양년(兩年)이여 운수(運數)가 백륙(百六)을 만나서, 왜구(倭寇)가 창궐(猖獗)하여 팔도(八道)가 경복(傾覆)하였도다. 일편단심(一片丹心)이 흉중(胸中)에 맺혀서. 전진숙청(戰塵肅清)하기를 맹서(盟誓)하니 늙었어도 오히려 강건(强健)했도다. 충분(忠憤)이 격동(激動)하여 고군(孤軍)으로 항거(抗拒)하였도다. 일사(一死)로 보국(報國)하였으니 열렬한 그 빛이로다. 명량포(鳴梁浦)에 다달음은 개선(凱旋)하려 했더니, 유탄(流彈)이 여우(如雨)하여 그 목숨을 잃었도다. (580) 몸이 먼저 운명함이여 큰 공(功)을 이루지 못했도다. 혁혁한 저 혼백(魂魄)이여 눈을 가히 못감으리로다. 성명(聲名)이 조정(朝廷)을 진동(振動)하니 관작(官爵)을 증(贈)하고. 사당(祠堂)세워 향사(享祀)하니 사림(士林)의 존경하는 바 되었도다. 성하도다 두 아들이여 순효(純孝)하고 착한 덕으로, 아름다운 유적(遺蹟)을 계승(繼承)하였으니 오직 적선(積善)의 보답이라. 울울(鬱鬱)한 저 가성(佳城)에 대비(大碑)가 없었더니, 예손(裔孫)이 벌석(伐石)하고 포양(褒揚)을 도모(圖謀)하니, 왕양(汪洋)한 정기(正氣)가 백세에 불민(不泯)하리라. 내가 옥(玉)같은 저돌에다 명(銘)을 새겨서 천추(千秋)에 고하노라.
竹峰柳公濂神道碑銘
昔我 宣祖大王撫運之二十五年壬辰島夷入寇大駕播遷一時忠義之士服介馬銜鋒鏑協中興時則有若文化柳公諱濂以一布衣窮居羅州之茅山村聞我軍潰乃奮袂起與從弟進士滸傳檄擧義旣而疾劇未赴居常痛泣及丁酉再猘湖南首嬰其毒公慷慨涕零曰今吾病少可當此板蕩之日雖愚夫悍卒皆仗義赴賊爲王敵愾吾家世受國恩豈不思所以竭忠報國乎招家僮喩之以義從者五十七人仍與內從林撲林謹戚從鄭大節同郡梁山軸等召募義旅衆可四百餘遂繕器械整部伍直赴注龍浦賊船已彌滿矣公潛伏士卒竪旗鳴鼔以示疑兵賊乃少退公且戰且守旬月之間斬馘甚多敵勢小挫近海邑民賴鎰活者數千公自度衆寡不敵將與李公舜臣幷力討賊直赴鳴梁浦猝遇賊奮身血鬪爲飛丸所中而死卽是歲之七月二十五日也公之諸子以遺衣冠招魂返葬于所居元井面書堂洞負壬原從先兆也因道臣啓錄原從勳贈工曹叅議後以孫貴加贈大司空盖依例云士林俎豆于羅州 (577) 之松山院錦山之金谷祠公字子實號竹峰先系世德詳于先碑不復疊焉考諱夢璧副司果贈刑曹叅議妣淑夫人平澤林氏進士畦女公以 中宗甲辰九月十三日生早修學業文藝大就爲儕輩所推倜儻有氣節每讀史至古人殉義處擊節嘆曰大丈夫當若是也公之立節盖已兆於此矣配錦城羅氏大司憲世纘女生卒不傳墓祔生二男二女男長敬中副司果贈兵曹判書次愼中兄弟俱廬墓以父讐未復自處罪人終身着蔽陽子坐臥未嘗向東女長適廣州李泰男縣監次適羅州羅德峻長房男繼興知中樞府事次房无育取從姪攀爲嗣都事曾玄以下多不盡錄嗚呼公以白面書生年且衰老而當國家搶攘之時仗義而起奮不顧身義旅之聞風爭赴者數百人公之義氣發於至誠有可以感動故耳身先士卒屢立奇功而弱固不可以敵衆與忠武公幷力期欲廓清戰氛以基中興可謂丈夫之貞干城之需而惜乎其未克奏捷而先死其度畧之幡鬱者竟莫之盡展此邦國之瘁也豈獨公之不幸已乎雖然策功錫爵恩典隆重立祠俎豆士林矜式有子克肖繼之以孝公之不朽足以千秋矣然闡揚之文不出於儒賢因以沉晦不白者載近四百刻闕桓楹後孫之齎恨久矣一日後孫國會議員寅坤甫余之久要也以宗議請余文噫余嘗讀忠武公亂中日記覽公殉節事欽仰高義久矣安敢以匪其人終辭謹序次如右係之以銘曰 懿歟文柳世傳淸白公述其事于澗于陸衋矣壬丁運値百六蛇豕猖獗八埏傾覆一部赤忱結于肝膈誓清氛祲老猶矍爍忠憤攸激孤軍抗勁一死報國烈烈其光鳴梁之赴若將凱旋流丸如雨公喪其元身先殞兮膚功未成有赫者魂目不可瞑聲聞于天贈之以爵腏以俎豆士林矜式猗厥二蘭純孝令德世濟趾美惟善斯積鬱鬱佳城尙闕麗牲裔孫伐石欲圖揄揚汪洋正氣百世不泯我銘貞珉庸吿千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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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문화류씨세보 무자보(2008년)]
(편집 및 정리 : 류영렬, 2012) |
